1942년 2월 15일 저녁,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한 실험실에서 높이 5.5m, 길이 30m, 무게 30톤이 나가는 거대한 기계를 발표했다. 미국 최고의 과학자들과 국방성 고위 관리들, 기자들은 모두 기대로 가득 찼다.
기계를 작동시키자 130km 길이의 전선들로 연결된 1만 8,800개의 진공관이 깜빡거렸고, 실험실 밖에 서 있는 가로등은 순간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기계의 이름은 에니악(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
1943년 ~ 1946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모클리(J.W. Mauchly)와 에커트(J.P. Eckert)가 중심이 되어 제작되었다.
개발비는 당시 약 50만 달러가 들었고, 1947년 7월 29일 작동을 시작해 1955년 10월까지 활용했다. 현재는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분산해서 보관되고 있다고 한다.
탄도를 계산하기 위해
인류의 첨단기술은 전쟁에서 탄생했듯이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 역시 군사 목적으로 개발되어 출발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국방성은 대포나 미사일을 발사할 때 탄도를 계산해 줄 고성능의 전자계산기를 필요로 했다.
탄도 계산은 대기의 상태와 온도, 그리고 바람의 방향과 속도 등 200단계가 넘는 계산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한다.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계산하는 것은 효율성이 매우 떨어졌다.
수학자들이 모여 풀어도 7시간 넘게 걸리는 대포의 탄도(彈道) 계산을 에니악은 3초 만에 풀었다. 1초에 열 자리 덧셈, 뺄셈을 5,000회, 곱셈을 350회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총알보다 빠른 계산기라고도 불렸다.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은 진공관이었다.
하지만 문제점이 매우 많았다. 소비전력 소모가 매우 컸고, 수명도 짧았다. 그리고 가격이 매우 비쌌다. 그 당시 한 언론은 "에니악이 켜지면 필라델피아 시 전체가 정전이 된다"라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전쟁이 끝난 후 개발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만약 도중에 개발했으면 미국의 전력은 더 향상되었을 것이다.
에니악 = 전화 교환수?
포탄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니악은 전쟁이 끝난 뒤에는 난수 연구, 우주선 연구, 풍동 설계, 일기 예보 등에 이용이 되었다고 한다.
에니악은 사용하는 것도 꽤 까다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했고, 에니악을 이용해 계산하려면 전화 교환수처럼 선을 여러 잭에 꼽아 회로를 연결해야 했다.
에니악은 입출력이 자유롭지 못했다. 천공카드에 부호 형태로 기록한 형태였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기억장치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선 시스템 내의 전기배선을 모두 들어낸 후 배선을 재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배선을 작업하면 프로그램 작성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총알보다 빠른 계산기였지만, 그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로 했고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거 진공관이 번쩍거리고 소리가 요란했다. 선이 이리저리 꼽혀 있어서 복잡했고,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걸려 넘어지고 선이 빠지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컴퓨터와는 차원이 틀렸다.
밤에는 나방 때문에 합선이 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에니악은 디지털 컴퓨터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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