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 2일 늦은 오후, 박태준 회장은 광양제철소를 떠났다. '철강 2100만 톤 대한민국'을 완성한 박태준 회장이 반드시 찾아가야 할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종합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태준은 자택으로 돌아와 밤이 깊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대업을 이룬 그 벅찬 감정이 아닌.. 그저 누군가가 그리운 듯 눈시울이 뜨끔거렸다. 그러나 그는 눈물을 맺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길고 긴 밤의 날이 밝았다. 10월 3일 대한민국의 포철 신화, 신문마다 온통 최상의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태준 회장은 기쁠 틈도 없이 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넥타이, 검은 양복을 입었다.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도 기다렸던 박정희 대통령께..
'나는 임자를 잘 알아.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어떤 고통을 당해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할 수 있는 인물만이 이 일을 할 수 있어. 아무 소리 말고 맡아!"
박태준은 박정희 대통령 유택(幽宅, 묘소) 앞에서 두루마리를 펼쳤다.
엄숙한 가운데, 박태준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께 임무 완수 보고를 올린다.
"각하! 불초 박태준, 각하의 명을 받은 지 25년 만에 포항제철 건설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삼가 각하의 영전에 보고를 드립니다"
"포항제철은 빈곤타파와 경제 부흥을 위해서는 일관제철소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각하의 의지에 의해 탄생되었습니다. 그 포항제철이 바로 어제, 포항과 광양의 양대 제철소에 연산 조강 2100만 톤 체제의 완공을 끝으로 4반세기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1967년 어느 날, 영국 출장 도중 각하의 부르심을 받고 달려간 제게 특명을 내리시던 그 카랑카랑한 음성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합니다"
"그 말씀 한마디에, 25년이란 긴 세월을 철에 미쳐 참으로 용케도 견뎌왔구나 생각하니, 솟구치는 감회를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형극과도 같은 길이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불모지에서 용광로 구경조차 해본 적 없는 39명의 창업 요원을 이끌고 포항의 모래사장을 밟았을 때는 각하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자본과 기술을 독점한 선진 철강국의 냉대 속에서 국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한숨짓기도 했습니다. 터무니없는 모략과 질시와 수모를 받으면서 그대를 쓰러져버리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철강은 국력'이라는 각하의 불같은 집념, 그리고 13차례에 걸쳐 건설현장을 찾아주신 지극한 관심과 격려였다는 것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각하를 모시고 첫 삽을 뜬 이래 4반세기 동안 연인원 4000만 명이 땀 흘려 이룩한 포항제철은 이제 세계의 철강업계와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철강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제 힘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필생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 각하에 대한 추모의 정만이 더울 새로울 뿐입니다. '임자 뒤에는 내가 있어. 소신껏 밀어붙여봐' 하신 한마디 말씀으로 저를 조국 근대화의 제단으로 불러주신 각하의 절대적인 신뢰와 격려를 생각하면서 다만 머리 숙여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각하! 염원하시던 '철강 2000만 톤 생산국'의 완수를 보고 드리는 이 자리를 그토록 사랑하시던 근영 양과 지만 군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자녀분들도 이 자리를 통해 오직 조국 근대화만을 생각하시던 각하의 뜻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각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더욱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저 또한 옆에서 보살핌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각하! 일찍이 각하께서 분부하셨고, 또 다짐드린 대로 저는 이제 대임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가 진정한 경제의 선진화를 이룩하기에는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하면 된다'라는, 각하께서 불어넣어 주신 국민정신의 결집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기입니다. 혼령이라도 계신다면, 불초 박태준이 결코 나태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25년 전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잘 사는 나라' 건설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굳게 붙들어 주시옵소서"
"불민한 탓으로, 각하 계신 곳을 자주 찾지 못한 허물을 용서해주시기를 엎드려 바라오며, 삼가 각하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안면하소서!"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회장.. 나아가 대한민국과 민족을 위해..
1992년 결국 양 제철소 8개 고로 건설을 완성한다.
한국전쟁 직후 폐허 된 이 땅, 어떠한 기술과 자본도 없었던 철강불모지에서 1968년 16억 원의 차관으로 포스코를 이끌었다. 그로부터 40년 뒤, 2008년 자산 37조 335억 원, 매출액 30조 6,424억 원, 조강 생산량 3,313만 6,000t.
최대 기적이었던 한국 경제발전의 중심엔 박태준 회장이 있었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은 박태준 회장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부모 같은 마음으로 없는 돈을 끌어모아서라도 지원해주고, 항상 믿고 격려해주며, 정신적으로도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책임지고 욕까지 대신 먹어주는 이런 든든한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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