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권 지폐에 서양인 얼굴이?!

1972년 '율곡 이이'의 초상화가 들어간 5천 원권 지폐가 나왔다. 그 당시 디자인된 지폐 속의 율곡 이이는 좀 이상했다. 날카로운 눈매에 오뚝한 콧날, 갸름하고 작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마치 서양사람이 정자관(程子冠)을 쓴 것 같다고 했다. 아무리 봐도 서양인 같았고, 얼굴만 봤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서양사람 같다고 말했다. 당시 율곡 이이의 초상은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었다.

*정자관(程子冠) - 말총으로 짜거나 떠서 만든 관으로 선비들이 평상시에 집에서 쓰던 관. 세 봉우리가 지게 뾰족한 두층으로 되어있음.

5천 원권 지폐에 서양인 얼굴이?! 어떻게 된 일일까?

처음 발행할 당시 공식적으로 인정할만한 율곡 이이의 초상화가 전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당시 종증(宗中)이나 사설단체에서 사용하던 이이 영정이 있었으나 공신력이 없었다.

*종증(宗中) - 성과 본이 같은 한 겨레붙이의 집안

때문에 그 대안으로 한 신문사에서 어느 정도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제작해 놓은 조각상을 화폐도안으로 채택했다. 1973년 이후 표준영정 제도에 의해 공인된 표준영정과 다른 영정이었다. 1977년 발행된 5천 원권의 화폐도안의 기준부터가 달랐다.

또한 5,000원권이 처음 도입될 때, 그 당시 대한민국 기술 수준으로는 은행권 원판을 만들 수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5,000원권의 율곡 이이 초상의 조각은 영국의 '토마스 드 라루사'라는 조각사에게 맡겨졌다고 한다.

당시까지도 율곡 이이의 표준 영정이 없어, '김정숙 조각가'가 조각한 율곡의 동상을 사진으로 찍어 영국으로 보냈다고 한다. 동상은 누가 봐도 한국사람이다.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동양인의 이목구비를 구현하다 보니 우리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 율곡 이이의 초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끝내 영국인의 손길로 탄생한 5,000원 화폐는 시중에 유통이 되었다. 그리고 '서양 율곡'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77년 6월이 돼서야 '이종상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을 토대로 다시 5,000원권을 발행한다.

일국의 화폐는 그 국가의 기술과 정서를 반영해야 된다. 다른 국가에 제작을 의뢰한 자체가 굴욕이다.

병약한 이황

1975년 8월에 발행된 '퇴계 이황'의 초상화가 들어간 1,000원권도 문제가 있었다.

'세종대왕'의 초상화가 들어간 10,000원에 비해 몹시 야위고, 병약한 인상의 이황 모습을 담아 형평성 논란이 생겼었다.

그런 1,000원권의 퇴계 이황의 초상화는 훗날 표준영정으로 추인되며, '이유태 화백'의 작품이다.

"이황이 어려서부터 잔병이 많고, 마른 체형이었다"는 고증이 나오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다른 나라도?!

탄자니아도 1,000실링 지폐 속의 '줄리어스 니에레레 대통령'이 여성이 될 뻔했다. 줄리어스 니에레레 대통령은 남성이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탄자니아도 선진국에 화폐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한다.

줄리어스 니에레레 대통령을 잘 모르는 디자이너가 니에레레 대통령 인물 사진을 여성으로 착각해 옷의 단추를 여성용 단추로 디자인해버린다. 그래도 한 국가의 대통령인데, 확인도 안 했다니 좀 무례하다.

그냥 인터넷에 검색만 했어도 이럴 일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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