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는 춘추전국 시대 초기에 활약한 사상가이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며 종족 간의 전쟁과 나라 간의 전쟁, 그야말로 절망과 고통, 지옥이 펼쳐진 세상이었다.
묵자는 절망적이었지만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희망을 찾았고,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짓밟힌 사람들의 편에 홀로 서서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묵자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항상 달려갔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며 작은 힘이나마 보탰다. 그런 행동으로 묵자를 따르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갔고, 제자들도 생겨났다.
묵자는 전쟁의 위협에 놓인 송나라를 자신의 목숨을 걸어가며 돕기도 했다. 송나라를 치려는 강대국 초나라의 혜왕에게 단신으로 찾아가 그의 앞에서 공수반과 모의 전투 시뮬레이션을 했다.
공수반은 당대 최고의 목수이자 군사기술자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는 공성 무기인 운제를 발명했고, 그 무기가 기본 형태로 19세기까지 사용되었을 정도로 효과적인 공성 무기였다고 한다.
묵자는 모의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연발식 화살 발사장치, 원통형 방어무기, 수중음파탐지기, 독가스 등 첨단기술을 동원해 공수반의 공격을 다 막았다. 공수반은 크게 화를 내며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나, 말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묵자는 그 의미를 파악했고,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수성 방법은 나의 제자 수백 명이 이미 알고 있고 그들이 송나라 주변으로 갔으니, 나를 죽여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초나라 혜왕은 송나라 공격을 취소한다.
묵자는 매번 해결했으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이유는 자신의 방어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근본적인 전쟁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묵자는 '겸애(兼愛)'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결코 혈연관계에 기초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어디에 기초해야 하나면 '하늘의 뜻'에 근거해야 된다고 했다. 하늘에서 내린 비는 모두에게 똑같다. 모든 이들에게 비를 내리는 하늘과 같이 사람들도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장터에서 앉은뱅이와 장님이 각각 동냥을 하면서 살아갔다. 앉은뱅이는 그래도 두 팔을 이용해 사람들 많은 곳으로 움직이며 동냥을 해서 어느 정도 먹고살긴 살았다. 하지만 장님은 한 곳에서만 동냥을 하며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앉은뱅이가 장님이 사람이 없는 곳에서 동냥하는 것을 보았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앉은뱅이는 장님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보게 나는 이동이 불편하지만 앞을 볼 수 있고, 자네는 볼 수는 없지만 걸을 수는 있지 않는가?", "자네가 나를 업어주고 내가 안전하게 길을 안내하면 어떠한가?"
장님은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둘은 서로에게 다리와 눈이 되어주었다. 둘은 힘을 합쳐 동냥을 해 더 많은 음식을 얻게 되었다.
묵자는 이것을 '겸상애 교상리(兼相愛 交相利)'라고 말했다.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면 서로에게 이익을 주게 된다는 의미이다. 묵자는 사랑에는 반드시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익이 없으면 사랑이 아닌 것이다.
'이익을 좇는다면 사랑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전쟁과 폭력, 재난과 굶주림, 썩은 정치 등 지옥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오로지 가슴속에 연민만 베푼다면 그 연민이 가치가 있을까? TV로 보면서 "안쓰럽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묵자는 죽어가는 서민들의 편에 섰고, 서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정치인들처럼 말로만 하지 않았고, 서민들을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고 노력했고, 배고픔과 추위를 벗어나게 해 주었고,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그런 여유를 줬다. 묵자는 천하를 겸애한 것이다.
묵자는 차별 없는 사랑을 강조했다.
어느 날 진나라에 머물고 있던 묵가(墨家) 집단내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규율이 엄격했던 묵가 집단인 만큼 살인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사형이다.
*묵가(墨家) - 묵자를 계승하는 학파
하지만 살인자가 묵가 집단의 우두머리였던 거자 복돈의 아들이었다. 진나라 왕은 복돈에게 다른 자식이 없으니 아들을 죽이지 말라고 말렸다.
이 정도 되면 슬쩍 넘어갈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복돈은 아들을 사형시켰다. "묵가의 법에 예외란 없다" 묵자가 추구했던 것은 사회 전체의 공익과 평등한 인간관계이다.
이 드높은 철학이 지금에 와서 많이 변질되어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차원이 틀리다.
만약 아들이 다른 사람을 죽였는데, 그 죽은 사람의 자식이나 부모 친구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공평함에 근거해 사회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런가?
묵가의 사상에서는 사회의 정의는 개인의 가족애보다 월등히 높은 가치였다. 사회의 정의는 곧 '하늘의 뜻'에 부합된다.
대한민국 현실을 보면 과연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사랑하는 세상, 가능할까?
그 당시에도 '무마자'라는 사람이 의심을 하며 말도 안 된다는 듯, 묵자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무마자는 물었다.
"선생은 천하를 겸애하신다고 하나, 아직 천하에 이익을 주지 못했소", "나는 천하를 사랑하지 않으나, 아직 천하에 해를 끼치지 않았소",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거늘 선생께서는 어찌 스스로는 옳다 하고, 나는 그르다 하는 것이오?"
묵자는 말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 집에 불이 난 것을 보고, 자신이 마시려고 했던 물을 화재 현장에 뿌렸소", "또 어떤 사람이 그 현장을 보고 지나가게 되는데, 불길을 보고 어차피 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땔감 하나를 던져 넣고 부채질을 했소", "누구의 행동이 더 옳다고 생각하오?"
무마자는 물 뿌린 사람이 옳다고 이야기했다.
묵자는 "내가 바로 그 물을 뿌린 사람이라오"
무마자는 또 물었다.
"선생께서 의를 행한 지 오래되었으나, 다른 사람이 도와주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귀신이 도와주는 것도 모지 못했소", "그럼에도 의를 행하시니 이는 미친 짓이 아니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생각하는 꼬락서니가 참 그렇다. 아무 대가 없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미친놈 취급을 받는 것은 세기를 초월하는 것 같다.
묵자는 말했다.
"한 가게에 2명의 종업원이 있는데, 한 명은 주인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고 주인이 있을 때만 일을 하오", "다른 한 명은 주인이 있든 없든 열심히 일을 하오", "그럼 주인은 어떤 종업원을 좋아하겠소?"
무마자는 말했다.
"당연히 주인이 있든 없든 열심히 하는 종업원을 더 좋아하지 않겠소?"
묵자는 말했다.
"내가 바로 그런 종업원이라오", "그럼 내가 묻겠소", "당신도 미친 것이 아니오? 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오?"
어느 날, 묵자는 염색 가게에서 실을 염색하는 것을 보고 탄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파란 물감에 물들이면 파란색, 빨간 물감에 물들이면 빨간색, 넣는 물감에 따라 색도 변한다. 다섯 가지 색을 넣으면 다섯 가지 색이 된다. 때문에 물드는 것은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이 물드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라도 물드는 것이다.
묵자는 가난과 고통, 배고픔에도 자신의 신념을 굳게 믿었다. 당시 비록 세상이 어지럽고, 이기적인 인간만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자신이 먼저 시작한다면 언젠간 모든 이들이 겸애(兼愛)로 물드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그날이 당장 오지는 않아도 자신이 먼저 행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고, 꼭 그렇게 해 보이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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